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아이가 친구 때문에 속상한 날, 꺼내든 그림책 2권 — 『모두의 안녕』 『단짝구함』 솔직 후기

by 시리책라이프 2026. 5. 17.





아이가 친구 때문에 속상한 날, 꺼내든 그림책 2권 — 『모두의 안녕』 『단짝구함』 솔직 후기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다가 내가 더 위로받을 때가 있다.

그림책이 그렇다. 짧고 단순한데, 담긴 게 많다. 어른이 읽어도 마음 어딘가가 건드려진다. 아이와 나란히 앉아 펼쳤다가 내가 먼저 멈추는 일이 생긴다. 이 두 권이 그랬다.

새 학기가 시작되고 아이가 친구 관계로 속상한 일이 생겼다. 어떻게 말해줘야 할지 몰랐다. 설명보다 먼저 이 두 권을 꺼냈다. 『모두의 안녕』과 『단짝구함』.



기본 정보


<모두의 안녕>
저자 : 박주혜
출판사 : 책읽는곰
대상 : 초등 저학년 이상 (어른도 함께 읽기 좋음)
주제 : 다름을 받아들이는 것, 모두가 안녕하기를 바라는 마음

<단짝구함>
저자 : 설찌
출판사 : 사계절
대상 : 초등 저학년 이상
주제 : 친구 사귀기, 함께 있는 것의 의미



<모두의 안녕> — 박주혜


이런 아이에게 추천
친구 관계로 속상한 일이 있는 아이, 나와 다른 친구를 어려워하는 아이, 감정 표현이 서툰 아이


줄거리

주인공은 작은 빵집을 운영하는 모두 씨다. 그는 빵마다 쪽지를 붙여둔다. 친구와 다퉜는데 누구 말이 맞는지 모를 때 먹는 빵, 유난히 되는 일이 없는 날 먹는 빵, 같이 열심히 공부했는데 친구가 나보다 성적이 좋아서 속이 쓰릴 때 먹는 빵.

그 쪽지들이 귀엽고, 따뜻하고, 어딘가 뭉클하다.

책에서 가장 오래 머문 장면이 있다. 허브 농장을 방문한 모두 씨에게 허브 농부가 말한다. 허브가 참 예민한 친구들이거든요. 잘 자라는 장소와 맞추어 줘야 하는 조건이 허브마다 다르죠. 어떤 친구는 햇볕이 있는 곳에서 잘 자라고, 어떤 친구는 햇볕이 있으면 금세 죽어요.

그 말이 사람 이야기처럼 읽혔다. 다 다른 조건에서 자라는 것들. 다 다른 환경이 필요한 것들. 그걸 이상하다고 하지 않고, 그냥 그런 거라고 받아들이는 것.

모두 씨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주변을 돌본다. 거창한 이유 없이. 그냥 모두가 안녕하기를 바라기 때문에.

아이와 나눈 대화

아이에게 읽어주다가 이런 질문이 나왔다. 엄마, 나랑 다른 친구가 있으면 어떻게 해야 해? 그 질문이 오래 남았다. 내가 설명하기 전에 책이 먼저 보여줬다. 다르다는 건 이상한 게 아니야. 그게 이 책의 핵심이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

설명이 없다.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 그냥 모두 씨의 하루를 보여줄 뿐이다. 그런데 읽고 나면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다름을 받아들이는 것, 내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옆 사람을 돌보는 것. 그게 어떤 것인지.



<단짝구함> — 설찌


이런 아이에게 추천
새 학기 친구 사귀기가 어려운 아이, 혼자라고 느끼는 아이, 거절당할까 봐 먼저 다가가지 못하는 아이


줄거리

주인공 강아지 명명이는 단짝 친구를 원한다. 그래서 주인구함 쪽지를 만들었다. 조건이 꽤 구체적이다. 느긋하게 아침을 즐길 줄 아는 주인, 나와 걸음을 맞춰 주는 주인, 나를 매일 아기처럼 안아 주는 주인.

아무리 돌아다녀도 딱 맞는 주인을 찾을 수 없다. 내 주인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 명명이는 온종일 돌아다녔지만 원하는 주인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러다 우연히 할아버지를 만난다. 처음엔 조건이 맞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런데 함께 시간을 보내다 보니 달라졌다. 요가 매트 위에서 팔을 쭉 뻗고, 자전거 바구니에 타고, 호수에서 수영을 시도하고, 풀밭에서 나란히 낮잠을 자면서. 할아버지 덕분에 하기 싫은 일도 함께하면 즐겁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아이와 나눈 대화

아이와 읽으면서 물었다. 너는 단짝 친구 있어? 아이가 잠깐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있는데, 가끔 싸워. 그게 단짝이야? 그 대화가 좋았다. 책이 없었다면 꺼내지 못했을 이야기였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

완벽한 단짝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단짝이 되어가는 거라는 것. 그 메시지가 아이에게도, 어른에게도 똑같이 유효하다.



두 권을 함께 읽어야 하는 이유


이 두 책의 공통점이 있다.

관계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 다름을 받아들이는 것, 먼저 다가가는 것, 함께 있는 것의 의미. 아이들이 가장 먼저 마주하는 세계가 바로 그것이다. 집을 나서면 친구가 있고, 교실이 있고, 나와 다른 누군가가 있다.

그 세계를 처음 배워가는 아이에게 이 두 권은 좋은 출발점이 된다.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함께 읽으면 된다. 아이가 그림을 보면서 스스로 느끼게 두면 된다.

읽고 나서 대화가 생긴다는 것. 그게 좋은 그림책의 기준인 것 같다.



부모로서 솔직하게 느낀 것


그림책을 아이에게만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읽어보니 달랐다. 『모두의 안녕』을 읽으면서 나는 내 주변 사람들을 생각했다. 각자 다른 조건에서 자라는 허브처럼, 나와 다른 방식이 필요한 사람들. 그걸 틀렸다고 하지 않고 그냥 다르다고 보는 눈.

『단짝구함』을 읽으면서는 어른이 돼서도 여전히 단짝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완벽하지 않아도, 가끔 싸워도, 조건이 딱 맞지 않아도, 그냥 같이 있어줄 수 있는 사람.

아이 독서가 사실은 부모 독서이기도 하다는 걸 이 두 권을 읽으면서 다시 알게 됐다.



이런 날 꺼내보세요


새 학기가 시작됐는데 아이가 친구 사귀기를 어려워하는 날. 아이가 나랑 다른 친구 때문에 속상해하는 날. 내가 먼저 다가갔다가 혼자 남겨질까 봐 두려운 날.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이 그림책 2권이 먼저 말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