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날이 있습니다
무엇이 힘든지 설명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냥 무겁고 그냥 지치고 그냥 멍한 날들이 있습니다. 그런 날 말을 걸어주는 책이 있습니다
헤르만 헤세의 삶을 견디는 기쁨입니다
데미안과 싯다르타를 쓴 그 헤세가 맞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소설이 아닙니다. 힘든 시절 벗에게 보내는 편지입니다. 화려하지 않습니다. 조용하고 솔직합니다. 그래서 더 깊이 닿습니다

헤르만 헤세는 누구인가
헤르만 헤세는 1877년 독일에서 태어난 작가입니다. 데미안 싯다르타 유리알 유희 등 수많은 걸작을 남겼고 1946년 노벨문학상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의 삶은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신경쇠약으로 요양원에 입원하기도 했고 두 번의 이혼과 아들의 죽음을 겪었습니다. 전쟁의 혼란 속에서 극심한 가난과 고독을 견뎌야 했습니다
삶을 견디는 기쁨은 그 시절 헤세가 주변 벗들에게 보낸 편지들을 모은 책입니다. 강연하듯 쓴 글이 아닙니다. 자신도 무너질 것 같은 사람이 비슷하게 무너져 있는 사람에게 솔직하게 쓴 편지입니다. 그래서 다릅니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
많은 위로의 책들이 괜찮아질 거야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헤세는 다릅니다
나도 그럴 때가 많습니다. 라고 먼저 말합니다
완성된 사람이 미완성된 사람을 위로하는 것이 아닙니다. 똑같이 힘든 사람이 옆에 앉아 함께 버티는 느낌입니다. 그 온도가 다릅니다
필사하기 좋은 문장 정리
1. 고통에 대하여
그 모든 괴로움. 혼란스러움과 궁핍함. 저급함과 무가치함. 실패한 것에 대한 혹독한 두려움. 죽음에 대한 공포까지. 그런 수많은 고통이 다시 반복되는 것을 막는 것이 그것을 회피하는 것보다 더 지혜롭고 쉬운 일이 아니었을까
고통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고통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더 지혜롭다는 말입니다. 회피가 아니라 직면이 결국 더 쉬운 길이라는 것을 헤세는 자신의 경험으로 말합니다

2. 절망이 은총으로 바뀌는 것에 대하여
나는 절망이 다시 은총으로 바뀌는 것. 그리고 우리 삶의 껍질을 벗김으로써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자주 체험하였다
지금 절망스러운 분들에게 가장 먼저 건네고 싶은 문장입니다. 절망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변화의 시작일 수 있다는 것을 헤세는 철학이 아닌 자신의 경험으로 말합니다. 그래서 더 믿어집니다

3. 슬픔이 절정에 달할 때에 대하여
그리고 나는 어느새 떨어지고 있었다. 추락하면서 날고 있었다. 차가운 공기의 소용돌이 속으로 파고들면서 나는 기쁨의 고통에 겨운 나머지 경련을 일으키며 무한한 공간으로 떨어져 내렸다. 어머니의 품속으로
슬픔이 절정에 달하면 상황이 호전된다는 말이 이 문장 뒤에 이어집니다. 추락하면서 날고 있었다는 표현이 오래 남았습니다. 가장 아플 때가 가장 깊이 닿는 순간이기도 하다는 것을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4. 마음속 생각들에 대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은 끝도 없이 많은 생각들을 마음속에 품는다. 그런 것들은 밝은 표면 위로 올라오는 일이 결코 없으며 밑에서 고통스럽게 썩어 간다
말하지 못하고 속으로만 삭이는 생각들이 있습니다. 꺼내지 못한 감정들이 안에서 썩어가고 있다는 표현이 불편하지만 정확했습니다. 글을 쓰거나 누군가에게 털어놓는 것이 왜 중요한지 이 문장이 말해줍니다

5. 용기 내지 못한 것에 대하여
비상 정지 레버는 어린 시절부터 내 눈에 기차 안에서 가장 근사하고 매력적인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그 레버를 감히 잡아당겨 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는 것이 내 생애에서 가장 큰 실수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한 것들이 있습니다. 헤세는 그것을 가장 큰 실수라고 말합니다. 이 문장을 읽고 나서 지금 내가 두려워서 못 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오래 생각했습니다
6. 슬픔을 견디는 법에 대하여
정말 슬픈 일이군요. 살다 보면 그렇게 슬픈 일이 많지요. 저도 그럴 때가 많습니다. 슬픔을 견디려고 애써 봐도 아무 소용이 없으면 포도주를 한 병 마셔 보세요. 그것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면 머리에 대고 총을 쏘는 방법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처음 읽으면 충격적입니다. 하지만 이 문장이 진짜 말하는 것은 다릅니다. 어떤 방법으로든 오늘을 버텨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선택지가 항상 존재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오늘을 살아가는 것이 용기라는 것입니다
7. 예술가의 고뇌에 대하여
그것이 바로 예술가의 고뇌다. 그들은 인내와 열성. 애정을 가지고 시나 그림. 소설 등의 작품을 형상화한다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문장입니다. 예술가뿐만이 아닙니다. 무언가를 꾸준히 해나가는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 인내와 열성과 애정 이 세 가지라는 것을 헤세는 알고 있었습니다
8. 외로운 꽃에 대하여
잠시 멈춰 서서 이 외로운 꽃에 눈길을 준다면 슬픔과 절망이 겹친 우울함이 너무나 커져서 나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러면 내 영혼은 의미도 없고 망상만 가득한 이 참담한 곳에 영원히 사로잡히게 될지도 모른다
아름다운 것을 보면 오히려 더 슬퍼지는 날이 있습니다. 좋은 것을 봐도 기쁘지 않고 오히려 더 공허해지는 날들이 있습니다. 그 감각을 헤세는 이렇게 정확하게 표현합니다. 공감되어서 더 아팠던 문장입니다
이 책을 덮으며
헤세의 편지는 답을 주지 않습니다
대신 당신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해줍니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위대한 작가도 똑같이 무너지고 똑같이 절망하고 똑같이 버텼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을 안고 있는 분. 힘든데 왜 힘든지 모르겠는 분. 조용히 마음을 들여다보고 싶은 분께 추천합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책입니다

#삶을견디는기쁨 #헤르만헤세 #헤세 #필사 #필사문장 #좋은글귀 #책추천 #독서기록 #북스타그램 #책리뷰 #인생책 #힐링책 #감성책 #필사하기좋은문장 #시리의책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