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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랑 함께하는 동행

이방인 독후감 | 감정 소비 시대 카뮈가 불편한 이유

by 시리라이프 2026. 2. 14.

이방인 독후감 | 감정을 소비하는 시대 카뮈가


불편한 이유
어제 누군가 물었다
"요즘 기분이 어때?"
나는 잠깐 멈췄다. 그리고 깨달았다
나는 기분을 느끼는 게 아니라 확인하고 있었다
SNS 피드를 스크롤하며 감정을 소비하고
댓글 반응으로 기분을 측정하고
누군가의 불행에 순간 공감했다가 바로 다음 릴스로 넘어간다
이게 감정인가 아니면 그냥 자극에 대한 반사인가

 

그레이그래서 다시 펼쳤다 이방인

 

오늘 엄마가 죽었다"  이 문장이 여전히 불편한 이유
"오늘 엄마가 죽었다. 어쩌면 어제였을지도 모른다."

 
이 소설은 이렇게 시작한다
슬픔도 설명도 여운도 없다
그저 사실만 던져놓는다
10대 때 이 문장을 처음 읽었을 때는 '냉정한 인간' 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다시 읽으니 다른 감정이 든다
뫼르소는 감정이 없는 게 아니라 감정을 '연기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는 슬퍼 보이려고 애쓰지 않는다
사회가 요구하는 '적절한 반응'을 거부한다 장례식장에서도 커피를 마시고 담배를 피우고 다음 날 바다에 간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괴물로 본다
근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진짜 감정을 느끼는가 아니면 '느껴야 할 감정'을 연기하는가?

SNS 시대 우리는 감정을 느끼는가 표현하는가 요즘은 감정이 즉시 소비된다.

 
아침에 화가 났다가
점심엔 감동받고 저녁엔 무감각해진다
뉴스는 매일 비극을 쏟아내고
우리는 하트와 공감 이모티콘을 누른다
감정이 빠른 게 아니라 감정이 얕아진 거다
이방인의 뫼르소는 이 흐름에 저항한다
그는 슬퍼 보이기 위해 눈물을 짜내지 않는다
연인 마리에게 사랑한다고 말하지도 않는다
그냥 "모르겠다"고 답한다
그래서 재판정에서 그는 죄인이 된다
살인 때문이 아니라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 장면이 소름 돋는 이유는
지금도 우리 사회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장례식에서 울지 않으면 "정이 없다"
SNS에 축하 메시지를 안 남기면 "관심 없다"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이모티콘을 안 보내면 "무례하다"
우리는 감정 자체보다 감정의 표현 방식을 더 중요하게 본다
감정 둔화 시대 뫼르소가 더 솔직해 보이는 이유
카뮈는 뫼르소를 통해 부조리를 말한다
세상은 의미를 요구하지만
인생에는 정해진 의미가 없다는 것
그래서 뫼르소는 태양이 눈부셔서 총을 쐈다고 말한다
거창한 이유도 도덕적 변명도 없다 그냥 그 순간의 감각만 있을 뿐이다
태양 때문이었다
이 말을 처음 읽었을 때는 황당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해가 간다
우리는 항상 이유를 만들어낸다 감정에도 행동에도 선택에도 하지만 사실 대부분의 순간은 설명할 수 없다
그냥 느껴지거나 느껴지지 않거나
뫼르소는 그걸 인정하는 사람이다
사회가 원하는 서사를 거부하고, 자기 감각에만 충실한 사람
그래서 그는 '이방인'이다
지금 우리는 어디에 서 있는가
이 책을 덮고 나면 통쾌한 결말도
명쾌한 해답도 없다
다만 이런 질문이 남는다
나는 진짜로 느끼고 있는가 아니면 반응하고 있는가?
요즘 우리는 감정을 느끼기보다 소비한다 슬픔도 기쁨도 분노도
짧은 영상 안에서 빠르게 지나간다
누군가의 비극에 순간 마음이 아프지만 다음 피드로 넘어가면 곧 잊는다
진짜 슬픔인가 아니면 자극에 대한 일시적 반응인가

 

이방인은 그 질문을 정면으로 던진다.

 

"당신은 정말 느끼고 있습니까 아니면 느끼는 척하고 있습니까?"
감정이 사라진 시대에 카뮈를 다시 읽는 이유

 

이 책은 위로를 주지 않는다 오히려 불편하게 만든다
하지만 지금 시대에 다시 읽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그거다
우리는 너무 빠르게 감정을 소비하고 너무 쉽게 타인을 판단하고
너무 당연하게 적절한 반응을 강요받는다
그 안에서 뫼르소는 여전히 묻는다
"그래서 당신은 진짜 느끼고 있습니까?"
나는 아직 답을 모른다
다만 하나는 확실하다
오늘 나는 조금 덜 반응하고 조금 더 느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