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으로 살다 보면 몸보다 머리가 먼저 지친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도 생각이 멈추지 않는다. 오늘 있었던 일, 내일 해야 할 일, 누군가 했던 말 한마디. 몸은 소파에 있는데 머릿속은 여전히 회사에 있는 상태. 이 상태로 잠들면 다음 날도 무겁다.
요가를 시작한 건 그래서였다. 몸을 쓰면 생각이 멈출 것 같았다.
반은 맞았고, 반은 틀렸다.

요가를 해도 머릿속이 시끄러웠다
처음 요가를 시작했을 때, 자세를 취하는 동안에도 생각은 계속됐다.
수카아사나로 바닥에 앉아 천천히 몸을 비트는 동안, 아까 회의실에서 있었던 일이 다시 떠올랐다. 소고양이 자세로 척추를 움직이면서도, 내일 보내야 할 메일 내용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몸은 매트 위에 있는데, 마음은 다른 곳에 있었다.
그때 읽게 된 책이 이덕주 저자의 『카이스트 명상 수업』이었다.
카이스트에서 실제로 진행된 명상 수업을 바탕으로 쓴 책이다. 명상을 학문적으로 풀어내면서도, 왜 현대인에게 명상이 필요한지를 일상의 언어로 설명한다. 어렵지 않다. 오히려 읽는 내내 고개가 끄덕여졌다.

마음이 가짜로 채워져 있다는 것
저자는 사람의 마음이 형성되는 원리를 사진기에 비유한다.
우리는 살아오면서 경험한 모든 것을 마음속에 사진처럼 저장한다. 기쁜 기억, 상처받은 순간, 미워했던 사람, 부끄러웠던 일. 그 사진들이 쌓여서 지금의 '나'를 만든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그 사진들을 '현실'로 착각하며 산다는 것이다.
미워하는 사람의 사진이 마음속에 있으면, 그 사람을 보는 순간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몸이 먼저 반응한다. 어릴 때 칭찬받았던 기억이 지금의 스트레스 근원이 되기도 한다. 과거의 사진들이 만들어낸 마음 세상 속에서, 우리는 현재를 살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저자는 그래서 말한다. 뇌에 저장된 사진은 버려야 한다고.
이 개념이 요가를 하면서 계속 떠올랐다. 자세를 잡고 호흡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 순간 생각이 뚝 끊기는 때가 있다. 그 순간이 바로 마음속 사진에서 벗어나는 틈이었다.
퇴근 후 요가 + 명상 루틴, 이렇게 이어진다
몸이 이완되면 마음도 따라온다는 걸, 직접 경험하고 나서야 알았다.
지금은 퇴근 후 요가와 명상을 이어서 한다. 순서가 중요하다. 명상을 먼저 하려고 앉으면 몸이 뻐근해서 집중이 안 된다. 요가로 몸을 먼저 열어야, 그다음 마음이 조용해질 준비가 된다.
① 수카아사나 비틀기 — 각 1분 30초
편하게 앉은 자세에서 시작한다. 한쪽 손을 반대편 무릎에 올리고, 다른 손은 등 뒤 바닥을 짚는다. 들숨에 척추를 세우고, 날숨에 천천히 돌아본다. 하루 종일 굳어있던 등과 목이 조금씩 열린다. 이 자세에서 처음으로 숨을 제대로 쉬는 느낌이 난다.
② 소고양이 자세 — 1분 30초
네 발 자세에서 호흡에 맞춰 등을 올리고 내린다. 들숨에 배를 내리고 시선을 들고, 날숨에 등을 둥글게 말고 턱을 당긴다. 호흡 하나하나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 순간 다른 생각이 사라진다. 이게 요가 안에 있는 명상이다.
③ 아나하타아사나 — 1분 30초
네 발 자세에서 손을 앞으로 뻗고 가슴을 바닥으로 내린다. 엉덩이는 위를 향한 채로. 하루 종일 모니터를 향해 말려있던 어깨와 가슴이 반대로 열린다. 이 자세에서 처음으로 가슴이 펴진다.
④ 아도 무카 스바나아사나 (다운독) — 1분
손과 발로 바닥을 짚고 엉덩이를 높이 들어 올린다. 온몸이 하나의 선이 된다. 종아리와 허벅지 뒤쪽이 늘어나고, 어깨와 손목이 깨어난다. 퇴근길에 서서 온 하체 피로가 여기서 풀린다.
⑤ 안자나아사나 (로우 런지) — 각 1분
다운독에서 한쪽 발을 앞으로 내딛고, 반대쪽 무릎은 바닥에 내린다. 오래 앉아있으면 짧아지는 고관절 앞쪽이 깊게 늘어난다. 이 자세에서 몸의 중심이 잡힌다.
⑥ 우카타아사나 (의자 자세) — 1분
발을 모으고 서서 무릎을 구부리고 엉덩이를 뒤로 뺀다. 팔은 귀 옆으로 뻗어 올린다. 허벅지와 코어가 긴장하면서 잡념이 사라진다. 몸이 너무 바빠서 딴 생각을 할 여유가 없다.
⑦ 마무리 명상 — 5분
우카타아사나 후 바닥에 눕는다. 눈을 감고 호흡을 고른다. 오늘 하루 마음에 찍혔던 사진들을 천천히 떠올린다. 억지로 버리려 하지 않는다. 그냥 본다. 보고 나면 조금 가벼워진다.

요가 후 명상이 다른 이유
명상을 따로 하려고 시도했을 때는 5분을 버티기 어려웠다.
가만히 앉아 눈을 감으면 오히려 생각이 더 많아졌다. 몸이 뻣뻣하니 자세도 신경 쓰였다. 그런데 요가를 마친 직후에는 달랐다. 몸이 충분히 이완된 상태에서는 눈을 감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조용해졌다. 억지로 생각을 멈추려 하지 않아도, 생각이 스스로 가라앉았다.
『카이스트 명상 수업』에서 저자는 말한다. 마음을 빼는 것은 스트레스의 원인을 없애 마음의 짐을 덜어주는 것이라고. 몸의 긴장이 풀리면 마음의 긴장도 함께 풀린다는 것을, 이 루틴을 통해 직접 확인했다.
요가 후 거울을 보면 표정이 다르다. 눈가가 풀려있고, 이마가 펴져있다. 몸이 바뀌면 얼굴도 바뀐다.
명상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명상을 처음 접하는 분들에게 『카이스트 명상 수업』을 권하고 싶다.
'명상'이라는 단어가 주는 거창한 느낌과 달리, 책은 매우 현실적인 언어로 쓰여 있다. 내 마음속에 어떤 사진이 저장되어 있는지 들여다보는 것, 그게 명상의 시작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특별한 공간도, 특별한 자세도 필요 없다.
요가 매트 한 장이면 충분하다. 몸을 먼저 열고, 그다음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 퇴근 후 15분짜리 이 루틴이 하루를 마감하는 가장 솔직한 방법이 됐다.
직장인으로 살면서 나를 돌보는 시간이 줄어든다고 느낀다면, 요가와 명상을 함께 시작해보는 것을 권한다. 어느 쪽을 먼저 해도 좋지만, 몸이 먼저라는 것만 기억하면 된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글
- 퇴근 후 요가 10분, 하루를 몸으로 마감하는 법
- 인요가 초보자를 위한 자세 가이드
당신은 퇴근 후 어떻게 마음을 정리하나요? 댓글로 나눠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