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0년 전 그라시안이 쓴 문장들이 지금 내 이야기 같았습니다
니체와 쇼펜하우어가 극찬했다는 말을 듣고 처음 펼쳤습니다. 바르게 살지 마라 무섭도록 현명하게 살아라. 발타사르 그라시안의 책입니다. 400년 전 스페인 예수회 신부가 쓴 책인데 읽는 내내 지금 내 주변 사람 이야기 같고 내 이야기 같았습니다. 짧고 단단한 문장들이 페이지마다 박혀 있어서 한 페이지를 읽고 한참 멈추게 되는 책이었습니다.
저자 소개
발타사르 그라시안은 17세기 스페인의 예수회 신부이자 철학자입니다. 그의 저작 오라쿨로 마누알은 니체가 이 책의 한 구절이 나를 일으켜 세웠다고 극찬했고 쇼펜하우어도 탐독했던 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400년이 지난 지금도 전 세계에서 읽히는 자기계발 고전입니다.
사소한 일에 욱하면 모든 것을 잃습니다
문제를 키우는 사람 챕터에서 처음으로 손이 멈췄습니다.
사소한 일에 욱하면 모든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 그러면 성격도 더욱 고집스러워지는데 이 때문에 상황이 더욱 나빠진다.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싸움을 만드는 등 모든 대화를 제 성미대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은 마음의 평온함을 잃은 지 오래고 타인과 사이좋게 지내려는 마음도 없다. 만나는 사람은 모두 적이고 제 뜻대로만 행동하려 한다.
읽으면서 내 주변에 이런 사람이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솔직하게 말하면 내가 그런 사람이었던 날들도 있었습니다. 결국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무엇 하나 성취할 수 없는 것은 본인의 옹졸함을 이내 들키기 때문이라는 말이 맞습니다.

흠 있는 자는 타인을 비난하지 말라
짧지만 강한 문장이었습니다.
알고 했든 모르고 했든 죄를 하나도 저지르지 않은 사람은 없다. 흠 있는 모든 자는 타인을 비난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이 문장 앞에서 한참 멈췄습니다. 타인을 비난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때마다 내가 그 사람보다 나은 사람인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거의 항상 대답은 아니다가 될 것입니다.
거리를 유지하면 단점이 가려집니다
023 거리를 결정하라 챕터입니다.
매일 얼굴을 맞대는 사람에게는 너무 편하게 대하지 마라. 상대도 나를 너무 스스럼없이 대하게 되어 타인에게 맞추어 자신을 낮추다 보면 더 이상 존경받을 일이 없다. 거리를 유지하면 단점이 가려지고 거리낌이 없는 관계에서 잘 드러난다.
가능한 한 좋은 인상을 남기고 자연스럽게 관계가 식게 내버려 두어라. 분노로 인해 관계를 망치고 마음에 상처 주는 일은 되도록 피하라. 천천히 차분하게 물러나는 편이 좋다.
관계를 끝낼 때 싸우고 끝내지 말라는 말입니다. 좋은 인상을 남기고 조용히 멀어지는 것이 훨씬 현명하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진흙으로 탁해진 연못도 조용히 두면 맑아집니다
이 문장이 이 책에서 가장 오래 남았습니다.
진흙으로 탁해진 연못도 조용히 두면 맑아진다. 혼돈이 지속되는 경우에는 자연스럽게 원래대로 돌아올 때까지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 수 있다.
모든 문제를 당장 해결하려고 달려들지 않아도 된다는 말입니다. 가만히 두면 맑아지는 것들이 있습니다. 개입할수록 더 흐려지는 것들도 있습니다. 이 문장 하나가 지금 내 삶의 어떤 상황에 그대로 적용됐습니다.
용기없는 지식에는 힘이 없습니다
006 용기없는 지식에는 힘이 없다 챕터입니다.
지식은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다. 지식이 없다면 이 세상은 온통 어둠이다. 다만 용기를 동반하지 않은 지식은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반대로 용기만 있다면 지식은 당신의 힘이 되어줄 것이다.
알고 있지만 행동하지 못하는 것들이 많습니다. 그라시안은 그것이 죽은 지식이라고 말합니다. 지식은 용기와 만날 때 비로소 힘이 된다는 것입니다. 어떤 일이든 긍정적인 면을 먼저 보는 것이 이익이라는 말도 이 챕터에서 나옵니다.
단 하루도 태만하지 마라
이 문장이 등을 탁 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므로 단 하루도 태만하지 마라. 운명은 전혀 예기치 못한 순간에 당신을 시험하려 도사리고 있다.
준비된 사람만이 기회를 잡습니다. 운명이 시험하는 날이 언제인지 아무도 모릅니다. 그래서 매일이 준비의 날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신에게 엄격하라
027 자신에게 엄격하라 챕터입니다.
자신에게 충실하자. 자존심에 상처 입히거나 자신의 가치관이나 규범에 어긋나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 자신에게 부여하는 행동 잣대는 일반적인 사회규범보다 더욱 엄격해야 한다.
자기관리를 충분히 한다면 타인의 주제넘은 충고는 더는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타인에게 관대하고 자신에게 엄격하라는 말과 반대로 사는 날들이 많았습니다. 타인을 비판하기 전에 나는 그 기준을 스스로에게 먼저 적용하고 있는지 생각하게 됐습니다.

세상이 인정하는 것을 비난하지 마라
많은 사람이 사랑하고 기뻐하는 것에는 비록 이해되지 않을지라도 어딘가에 좋은 점이 있을 것이다. 혼자만 의견을 달리하면 의심받고 틀리면 조롱받을 수 있다. 남들이 좋아하고 고마워하는 일에 비난을 하나만 해도 우리의 판단력이나 감각을 의심받게 된다.
세상이 인정하는 것의 좋은 점을 이해하지 못해도 숨기고 공개적으로 비평하지 말 것. 잘못된 선택은 무지에서 비롯된다.
내가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그것이 나쁜 것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때로는 내가 모르는 것일 수 있습니다.
어려운 용어를 쓰는 사람이 인정받기 어려운 이유
이 문장이 꽤 오래 남았습니다.
평범하게 보이지 않겠다며 굳이 어려운 용어를 써서 말하는 사람은 누구에게도 인정받기 어렵다. 말하는 사람조차 충분히 이해를 못 하는데 듣는 사람이 이해할 리가 없다.
진짜 실력은 어려운 것을 쉽게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이라는 말과 같은 맥락입니다. 쉽게 말하는 사람이 오히려 더 높이 평가받습니다.
읽고 나서 달라진 것
이 책을 덮으면서 가장 먼저 한 것이 있습니다. 요즘 내가 욱하고 있는 일들을 생각해봤습니다. 그리고 그 일들이 정말 욱할 만한 일인지 아니면 그냥 내가 예민한 것인지 돌아봤습니다.
400년 전 책인데 단 한 문장도 낡은 느낌이 없었습니다. 사람이 사람과 살아가는 방식은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이 책이 보여줍니다.
철학책이 어렵게 느껴지는 분들에게 인간관계 때문에 힘든 분들에게 그리고 지금 내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는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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